이길옥 시인 서재

돌샘
1949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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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들다
HIT : 25 WRITER : 이길옥 DATE : 21년12월20일 10시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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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들다>    
         - 돌샘 이길옥 -

해동의 밭고랑에 양다리 걸치고 중년 부인이
황토 두둑을 깔고 앉아 호미질을 하는데요
호미 날에 팔뚝만 한 무가 ‘퍽’ 찍혀 나오는 거예요.

예전과 찍히는 소리가 전혀 달라 요상 타 여긴 부인이
호기심에 침을 발라 호미 끝에 걸린 무를 꺼내
두 동강을 내고 보니 손가락이 들락거릴만한 구멍이 숭숭 뚫려있지 않겠어요.

바람이 잔뜩 든 것이지요.

깜짝 놀란 이 부인 얼굴에 화끈거리는 부끄러움이
핏물로 확 달라붙고 말았어요.
봄만 되면 바람이 드는 자신을 보고 말았으니 오죽하겠어요.
땅속에서도 부인의 속내를 다 읽고 있었으니 얼마나 황당하였겠어요.
흙을 덮고도 부인이 감춰둔 내막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요.

무에 들킨 부인의 봄 앓이가 숭숭 뚫린 구멍에 몸을 숨기느라
진땀이 배는 무밭 황토 두둑을 봄바람이 걸터앉아
오동통한 부인의 장딴지에 눈독을 들이는 나른한 봄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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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석
 좋아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