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원 수필가 서재

柳岸
수필
1948. 8. 9.
광주시 남구 봉선동
































 양갱과 호두과자
HIT : 945 WRITER : 장일원 DATE : 07년08월23일 14시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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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중에 안 일지만 휴전협정 이듬해인 그 해에 육촌형은 해병대 군인이었다. 형의 가족은 부모
 
가 모두 돌아가시고 두살 위 누님과 갓 입대한 세살 아래 남동생이 전부였다. 형은 부대근처에
 
서 하숙할 수 있는 하사관이었는데 집주인 딸과 사귀어 결혼하게 되었다. 형이 휴가를 왔다.
 
당숙모인 어머니를 부대가 있는 진해(鎭海)로 모시고 가서 양가인사를 하기 위해서이다. 일곱
 
살 배기였던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형과 함께 집을 나섰다. 기차를 탔다. 출입문에서 두 번
 
째, 앞사람과 마주 보는 자리이다. 아버지가 돌아 가신지 얼마되지 않아 소복 입은 어머니는
 
나와 함께 앉았다. 앞자리에 앉은 형은 긴장된 표정으로 뿔난 모자를 벗더니 계급장을 안쪽으
 
로 달았다. 객차의 통로는 서서 가는 사람, 손에 물건을 들고 다니며 파는 장사꾼들로 가득 찼
 
다.

 어린애가 어른 몫의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 있으니 그대로 둘 리 없다. 몸집이 커다란 아주머
 
니가 좌석사이로 들어 와 자기 무릎에 앉으라며 양쪽 겨드랑이를 번쩍 들어 올린다. 형이 방금
 
끼어 든 아주머니에게 자기 자리를 양보하고 우리 셋이 함께 앉았다. 반대편 입구 쪽을 보니
 
상이군인 두 명이 하얀 쇠갈고리 손을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내민다. 구부러진 쇠손이 무섭다.
 
쇠손에 걸쳐진 모자에 돈을 넣는다. 거절하는 사람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우리 좌석으로 점점
 
다가온다. 겁이 난다. 우리에게 다가와서는 못 본 채 지나간다. 내릴 때까지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다. 이것은 계급장을 뒤로 하여 동그란 조임쇠만 보이는 뿔난 해병대 모자의 형이 있어서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빽빽하게 서 있는 사람들을 비집고 좌판을 목에 건 과자장수가 왔다. 형이 갈색 곽에 굵은 검
 
정글씨가 쓰여진 과자를 샀다. 곽 속에 포장되어 있는 은박지 포장을 벗기니 말랑말랑한 까만
 
과자이다. 형 한 번, 어머니 한 번, 나머지 절반은 모두 내 것이 되었다.

 정말 맛있다. 말랑하고 달콤한 맛. 조금씩 베어 물고 입에서 녹여 먹었지만 결국 다 먹고 말았
 
다. 접혀진 은박지 사이에 묻어 있는 것도 남김 없이 먹었다.
 
그 후로 여행기간 내내 은박지에 싸여진 그  과자를 먹어 보지 못했다.  아니 일곱 살 때의 그
 
여행 뿐만 아니라 초등학교 시절, 중학교 시절, ……, 어쩌다 가게에서 그 과자를 보았고 이름
 
이 양갱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먹을 기회가 없었다.

 처음 먹어 보았던 양갱의 매끄럽고 달콤한 맛은 첫 기차 여행 속의 설레임과 두렵고 어수선한
 
분위기와 함께 각인되어 있는 그리움이었다. 그 양갱을 다시 먹게 된 것은 십칠 년이 지나 졸
 
병의 허기를 채우려고 들어 간 부대 피엑스에서이다. 역시 양갱의 맛은 기억 속의 맛과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한꺼번에 다섯 개를 먹었다.

 
 서른 셋에 아이가 태어 났다. 돌이 지날 무렵, 아이에게 맨 먼저 사준 과자는 양갱이었다. 양갱
 
이 부러지지 않고 손에 묻지 않도록 은박지를 절반 쯤 벗긴 후, 이렇게 먹는 거라며 조금 잘라
 
먹고 주었다. 그 후로 내가 사준 과자 속에는 언제나 양갱이 들어 있었다.

 그렇게 양갱을 벗겨 주던 아이가 며칠 전 제대하여 집에 왔다. 군대생활을 무사히 마친 아들
 
녀석이 대견하고 든든하다. 부자간일지라도 서로 사랑한다는 믿음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서로를 이해하는 수단이 대화보다 더 좋은 게 있겠는가. 마침 일박이일 강원도 출장이 있다.
 
운전대를 아들에게 맡기고 군대에서 배수로 작업했던 이야기도 하면서 함께 다녀오는 길이다.
 
쉬지 않고 그냥 집까지 가겠다고 하지만 여섯 시간째 운전하고 있다. 이번 마지막 휴게소에서
 
그만 쉬게 해야겠다. 무엇보다도 언제부턴가 내게는 버릇이 생겼다. 고속도로 여행을 하면 휴
 
게소에서 호두과자를 사 가는 것이다. 그냥 가면 중학생인 막내가 서운해 할 것 같아서이다.

 아들 녀석이 휴게소에서 호두과자 사는 나를 보고, 

“어렸을 적에 사 주신 양갱이 별로였는데, 막내는 호두과자가 별로 일 텐데요.”

 내가 아는 가장 맛있는 과자여서 양갱을 사 주었더니 무덤덤하고 맛이 없었지만 억지로 먹었
 
단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양갱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게 언제부터인지 기억 조차 없다. 내 입맛이
 
지난 날의 입맛이 아닌데 하물며 아이 입맛이 나와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현관 문을 열어 주는 아내 너머로 막내가 졸린 듯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제 방으로 들어간다.
 
들고 있는 호두과자 봉지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니, 큰 녀석들이 다 먹었는지 빈 봉지만 놓여 있다.  
 
“다 먹어 버렸어!?”

 빈 봉지를 만지며 눈시울이 빨개지는 막내를 보고 호두과자에 대한 지금의 아쉬움이  훗날 제
 
아이에게 열심히 호두과자를 사 주는 동인(動因)이 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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