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원 수필가 서재

柳岸
수필
1948. 8. 9.
광주시 남구 봉선동
































 아내의 오른 손
HIT : 452 WRITER : 장일원 DATE : 07년08월23일 14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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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날 장소에 거의 다 와서야 집에 두고 온 것이 생각났다.

 지금은 부부가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이 대스러운 게 아니다. 잘 다녀오라며 전화 한 통화면
 
될 일이고, 아니면 다녀온 뒤에 만나서‘외국에 간다더니 잘 다녀왔느냐’라고 인사치레만 하여
 
도 될 일이다. 그런데도 굳이 매번 봉투를 쥐어 준다.

 열한 시간의 시차적응이 힘들지만 귀국하자마자 그분의 배려를 보답하기 위해 점심약속을 했
 
다. 약속시간에 늦을 것 같아 서두르다가 여행지에서 구입한 기념품을 비닐 백에 담아 거실에
 
두었는데 잊고 와 버린 것이다.
 
약속시간에 늦으면 양해를 구하더라도 선물을 빠뜨릴 수는 없는 일이다. 올 때 보니 반대편 차
 
선이 막히지 않아서 집에 빨리 다녀오면 많이 늦지는 않을 것 같다.

 차를 돌렸다.

 속도감시카메라가 있는 곳만 규정속도를 지켰을 뿐 과속 방지턱도 거의 무시하고 달렸다. 얼
 
마나 세게 달렸던지 턱을 넘을 때 나는 소리가 트렁크 안 잡동사니들이 뒤죽박죽 되는 성싶다.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엔진을 끄지 않은 상태로 운전석에 나는 앉아 있고 아내는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미러에 아내가 들어 왔다.

 자동차 뒷문이 열렸다. 그리고 바스락거리는 소리로 비닐 백이 뒷좌석에 놓인 것을 알 수 있
 
었다.

  ‘퍽!   아야!’
 
자동차 뒷문 닫히는 소리와 아내의 비명이 동시에 들렸다. 
 
아내가 왼손을 쥐고 아픔을 참지 못해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왼손으로 비닐 백을 뒷좌석에 던
 
져 넣은 다음, 왼손이 미쳐 나오기도 전에 오른손으로 자동차 문을 닫아 버린 것이다.

 꽉 쥐고 있는 손을 풀어 보았다. 엄지와 검지의 끝부분이 새빨갛고 검지의 손톱이 벌써 새까
 
맣게 변했다.

 얼마나 아플까.

 찢어져서 피가 흐르거나 끊어진 게 아니므로 병원에 갈 일도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좀 지나면
 
아픔이 서서히 가실 것이다.
 
그냥 약속했던 식당으로 갔다.

 운전하면서 아내를 쳐다보니 얼마 쯤 시간이 지나자 얼굴이 점점 펴지고 있다.

“문제는 오른손이었어!”

 얼마나 아팠던지 눈가에 물기가 맺혀 있는 아내가 하는 말이다.

 빨리 가야된다는 것 때문에 오른손은 자동차 문 여닫는 것을, 왼손은 비닐 백 넣는 일을 분
 
담했고 오른손이 자기 일만 가능한 빠르게 수행했다는 것이다. 오른손이 문 닫는 것을 너무 서
 
둘렀다는 뜻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이런 경우는 왼손과 오른손, 조직 상호간의 통신문제가 아닐까? 모든 조직이 상황을 인식하도
 
록 여유로움이 있어야 했던 게 아닐까?
 
 
 오늘 아침, 아내는 약 상자를 펴놓고 발뒤꿈치에 밴드를 붙이고 있다.

 베란다에 빨래를 널고 들어오다가 오른발이 미쳐 들어오지 않았는데 문을 닫아 버렸단다. 날
 
카로운 문짝 모서리에 찍혔는지 살갗이 벗겨져서 핏방울이 송송 맺혀 있다.

  한 번 다친 상처는 낫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동차 문에 다친 검지가 4개월이 지났는
 
데도 손톱의 검정부분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어제 저녁에는 손가락 끝이 감각이 없다고
 
걱정하던 참이다.

 이번에도 아내의 관점에서는 오른손이 서둘러서 다친 것이다.

‘빨리빨리’로 일컬어지는 업적지향의 시대를 살아서 일까. 아내의 오른손이 모든 조직이 이해
 
하고 준비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서 아우르는 관계지향으로 버릇 들기는 언제 쯤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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