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원 수필가 서재

柳岸
수필
1948. 8. 9.
광주시 남구 봉선동
































 상하이 샤오니
HIT : 26 WRITER : 장일원 DATE : 18년01월01일 18시40분
ㆍ출처(Link) : http://blog.naver.com/c1wons/30132732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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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샤오니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에서 삼천만 명이 북적거리며 경제활동이 가장 자유롭다는 상하이-. 어디 가나 넘치는 상품, 넘치는 인파다. 이곳은 우리와 모두 같은데 조금 다르고, 우리와 같은데 약간 부족하다. 그러나 이곳은 우리보다 더한 의욕과 열정이 있다.  

 온돌이 아닌 집에서, 벽에 걸린 에어컨이 온풍기 겸용이란 걸 알기까지 새우잠을 자야 했다. 온수용량이 그렇게 적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느긋하게 샤워하다가 얼음물이 쏟아지자 냉수마찰도 있는데 하고 계속하다가 더 견딜 수 없어 비누거품이 범벅인 채로 이불 속으로 뛰어들게 한 이곳은 우리와 같지만 조금 다르다. 

 구멍의 크기와 간격이 제각각인 전기코드가 범람하고 좌변기의 물탱크 부레가 작동하지 않아 매번 뚜껑을 열어야 하는 번잡스러움은 우리와 같지만 조금 부족하다. 

우리보다 약간 부족한 이곳에서 못 하나 박아 볼 기회를 주지 않고, 싱크대 아래를 열어 볼 기회를 주지 않은 입안의 혀 같은 아내 없이 혼자 생활하는 어려움은 오늘 아침에 닥쳤다. 

며칠 전부터 싱크대 수도관이 이상했다. 설거지통 위의 수도관이 건들거리고 냉온수 조절 꼭지를 냉수 쪽으로 과도하게 올리기라도 하면 수도관 위아래에서 물이 샜다. 싱크대 밑을 들여다보아도 수도관 어느 부분이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조심하면 되려니 생각하고 그런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잘못이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수도꼭지를 올린다는 게 힘을 주어 올렸나 보다. 갑자기 수돗물이 분수처럼 솟아오르고 아래에서는 폭포처럼 쏟아져 내렸다.

물을 잠가야 할 텐데 어디서 어떻게 잠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샤오니小倪에게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었다.

  여기서 산 익숙하지 않은 터치 형식의 핸드폰은 급하게 액정화면을

눌러서인지 좀처럼 원하는 위치에 서거나 고정되어 주질 않는다. 마음은 급하고 핸드폰은 되지 않고-. 핸드폰과 씨름하는 동안 부엌이 물바다가 되고 문턱을 넘실거리던 물은 거실로 향한다.

여전히 핸드폰 화면에는 샤오니가 나타나지 않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리석 거실바닥을 살아 있는 생물처럼 기어 다니던 물은 방 세 개와 욕실로 흘러 들어 가기 시작한다. 걸레와 세탁기 속의 빨랫감으로 입구를 막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 같다.

아니다. 안 되는 핸드폰으로만 연락하려 할 게 아니라 남의 집 문을 두드르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바로 위층이니까 계단으로 달려가서 도움을 요청해야겠다.

협력사의 운전기사인 사십 대 초반인 샤오니는 이곳 쓰징泗泾 토박이로 부모를 모시고 젖먹이와 부부가 산다. 강변에 자리하여 일출이 멋진 이 아파트도 그의 소개로 얻었다. 빡빡 깎은 머리에, 얼굴과 배가 둥글둥글한 그가 부리부리한 눈을 치켜뜨며 불편한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하라는 모습이 젊었을 적 달마대사 모습이 이러했으리라 싶다.

그러나 모두 귀국하고 나 혼자 남게 되자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다. 회사 직원들과는 중국어가 서툴러도 필답으로 대화할 수 있는데 쓰징 사투리 억양이 강해서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다. 같은 뜻의 한자일지라도 중국에서 사용하는 어휘가 아니거나 어쩌다 번체繁体를 쓰면 그가 모르고 그가 쓴 글자가 나중에 알고 보면 아주 평범한 것인데도 끝의 획을 엉뚱하게 비틀거나 생략해 버려서 무슨 글자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현관문을 열어 준 샤오니 어머니가 알아본다. 다급한 얼굴을 본 그가 빨간 삼각팬티 하나만 입은 채로 함께 내려왔다. 요란한 물소리와 현관까지 넘쳐오고 있는 물을 보고 부엌으로 달려가더니 싱크대 밑에 있는 밸브를 잠갔다. 이렇게 그의 간단한 조치로 이십여 분 동안 나의 비상사태는 모두 끝이 났다.

 

 골재를 가득 실은 바지선이 지나는 강 건너편 상가에서는 오늘 밤에도 시가전의 총성이 밤 공기를 흔든다. 중국 대륙을 짓누르고 있던 빈곤의 잔당을 몰아내기 위한 개업 불꽃놀이와 폭죽소리다.

백 위안짜리 지폐는 모두 위폐라 여겨 받지 않고 손님이 계산을 마치고 들고 나갈 식수묶음 위에 새까맣게 찌든 슬리퍼 신은 발을 올리고 떠벌이는 일층 슈퍼超市 안주인의 태도가 바뀌는 그날, 빈곤의 잔당은 많은 사람의 열정으로 소멸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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