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옥 시인 서재

돌샘
1949.
전남 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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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를 버리다
HIT : 482 WRITER : 이길옥 DATE : 18년01월17일 07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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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를 버리다> - 시 : 돌샘/이길옥 - 나는 끈이 없는 구두를 좋아한다. 쉽게 신을 수 있고 쉽게 벗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끈이 없는 구두를 고집하는데 생일 선물로 구멍 숭숭 뚫리고 그 구멍을 꿰매 조여야 하는 귀찮은 노역의 끈이 달린 구두를 유행이라며 자식들이 사다 준다. 표정 뒤에 숨긴 역정이 끓어오르는 것을 누르고 체통에 웃음 발랐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자세로 몇 번이나 신어봤을까 의붓자식 취급을 받으면서도 앙탈 눌러 밟은 구두 신장 구석에서 다른 구두의 고린내로 키운 부스럼 같은 곰팡이가 바닥을 기어 나와 뒤축을 넘어도 티 내지 않고 문이 열릴 때마다 얼마나 설레고 가슴 뛰었을까 너무 오래 관심 밖으로 밀어낸 미안한 마음을 정리하려고 구두를 들어내는데 손이 척척하게 젖는다. 그렇게 학수고대하던 수청의 기회를 잡았다고 여긴 울컥함 때문일 게다. 감읍으로 넘치는 눈물 탓일 게다. 나는 아직 내게 길들여지지 않은 어색함과 서먹함을 모아 구두 밑창에 깔고 누군가가 내가 못한 애정을 구두 속에 넘치도록 퍼붓기를 바라면서 조심스럽게 신장에서 끈 달린 구두를 꺼냈다.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구두에게 죄스러운 마음 꾹꾹 누르고 문밖을 나서는데 햇살이 구두코에서 넘어지며 번쩍인다. 바람 한 점 곁에 와서 부축한다. 줄 사람이 마땅치 않아 애물단지로 전락한 구두 서운함 보태 재활용품 수거함 위에 올려놓고 돌아서려는데 구두가 뚜벅뚜벅 소리를 보내 앞을 막는다. 버리는 게 아린 가슴에 못을 박는 일이라 발길이 천근이다. 구두의 애걸 소리를 툴툴 털며 도리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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